신도 죄를 짓고 싶은 저녁이다.
저녁이 오는 동안 혀끝이 쓰라리다
후박나무에 비가 내렸다
쓰라리다, 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혀끝은 쓰라리고
하루,
어쩌면 온종일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
쓰라리지 않기 위해
울음보다 가볍다는 소리까지 몽땅 토해냈는데
후박나무가 젖는다
혀끝에 박혀 있는 저녁
어깨를 굽힌 사람이나 턱을 치켜든 사람이나
저녁에 닿는 일은 쓰라림에 닿는 일
후박나무는 후박나무답게 저녁을 맞이하고
저녁에는 사랑해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므로
견습생 같은 삶이라도 어설퍼서는 안 된다
잠시 비를 긋는 심정으로 후박나무에 기대면
저녁으로 모여든 빗물이
어깨에 스미고
신의 허락 없이는 죄를 지을 수 없지만
사랑하는 사람을 땅에 묻고 돌아온 사람만큼은
신도 외명하고 싶은 저녁
후박나무에서 떨어져 내린 빗물이 신의 혀끝에 박힌다
쓰라리다
인간이 눈 감는 시간을 기다려 신도 죄를 짓고 싶은 저녁이다
문 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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