회복13 신도 죄를 짓고 싶은 저녁이다. 신도 죄를 짓고 싶은 저녁이다. 저녁이 오는 동안 혀끝이 쓰라리다 후박나무에 비가 내렸다 쓰라리다, 라고 생각하는 동안에도 혀끝은 쓰라리고 하루, 어쩌면 온종일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쓰라리지 않기 위해 울음보다 가볍다는 소리까지 몽땅 토해냈는데 후박나무가 젖는다 혀끝에 박혀 있는 저녁 어깨를 굽힌 사람이나 턱을 치켜든 사람이나 저녁에 닿는 일은 쓰라림에 닿는 일 후박나무는 후박나무답게 저녁을 맞이하고 저녁에는 사랑해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므로 견습생 같은 삶이라도 어설퍼서는 안 된다 잠시 비를 긋는 심정으로 후박나무에 기대면 저녁으로 모여든 빗물이 어깨에 스미고 신의 허락 없이는 죄를 지을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땅에 묻고 돌아온 사람만큼은 신도 외명하고 싶은 저녁 후박나무에서 떨어져 내린 .. 2020. 3. 11. 이전 1 2 3 다음